메리 얼론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다.
예수님 생신인데, 솔직히 현재 크리스마스 문화에 나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냥 마냥 들뜨고 신나는 즐거운 날(?) 정도로 인식되어 있는 것 같다.
근데 왜 예수님 생신이 마냥 즐겁지?
이렇게나 시끌벅적하게 생축(?)할 날은 아닌거 같다.
그건 그렇고,
나의 아내님은 예수님 믿는 종교인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엄청 유의미한데,
그 유의미한 성스러운 날에 내게 휴가를 주셨다.
그래서 그렇게 자비베푸신 하루를 즐겼다.
사성암길
근데 막상,
시간은 주어졌는데,
어딜 가기가 막막하더라고.
까꿍이에 앉아서 잠깐 망설이다가,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청소골로 향했다.
오우야...
순천에서 나름 가장 추운 곳일거다.
오랜만에 까꿍이 신발에 눈 좀 묻혀봤다.
간전면소재지에서 사성암 쪽으로 가다보니 반가운 이 길이었다.
아르헨 국대...
사성암 입구 건너편 주차장이다.
내겐 추억의 장소다.
저기 어디 테이블에서 당시 꼬시던 여자분과 도시락을 까묵었었다.
봄날이었다.
다행히 옛날 생각하는데 눈물아니고 헛웃음이 나왔다.
들 너머 지리산 정상능선은 겨울스러웠다.
까꿍이 들인 첫 해에 여기를 발견하고 미래의 여친과 함께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미래가 바로 1년 뒤가 되어버렸고,
그런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 길을 걸었다.
그때는 햇살이 따닷했었는데.. 혼자걷는 이 때는 바람도 차다.
하지만,
이 길은 분명 혼자 걷는게 편한 길이다.
그 때와 다르게 이런 다리가 생겨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다리에 올라봤으나,,
그냥 춥기만 하고... 별 감상도 없고 해서 다시 돌아갔다.
백운산 한바퀴
사성암길에서 다시 돌아나와
백운산 한바퀴 코스로 복귀했다.
여기도 추억돋는 장소지.
섬진강변에서 자주 멈춰서는 곳.
역시 섬진강은 겨울보다 싱그런 봄이 좋기는 허다.
다압즈음에 이르러서는 기온이 므흣해져서 간만에 까고 즐겼다.
역시 까꿍이는 요라고 타야 제 맛이다.
중식과 후식
즐거운 백운산 한바퀴를 마치고 순천으로 리턴해서,
묵고자왔던 냉면집에 와 저것을 묵었다.
아... 겁나 맛있어.
그리고 호공가서 일좀보고,
예전에 아내님과 자주 왔던 까페에 왔다.
사실, 아내랑 다니던 까페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 가게가 생겨서,
먼가 씁쓸하여 그 자리에 생긴 새 가게는 안가고 있었는데,
왠지 이번에는 발걸음이 향해서, 갔다.
아내와 많은 추억이 있던 가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산미가 강하고 베리향이 풍부한 드립커피를 마시며,
그때 그시절을 떠올리며 햇살을 받고 있었다.
숙박업소
약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예약했던 숙박업소에 체크인했다.
그리고 나름의 파티를 즐겼다.
정말정말 즐거웠다.
이렇게 메리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좋았던 옛날 생각하며 혼자 시간 보냈다.
나답게 놀았고,
그래서 나다움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