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그래도 행복한 연말인거다.
12월은 추억돋게 예전에 즐겨묵던 동네고기집의 돼지고기로 시작한다.
세상에서 젤 맛있는 고기는 고기집 사장님이 구워서 파는 고기다.
토요일이다.
현존 최고의 만두를 묵으며 행복했다.
저녁밥은 아내님께서 원대한 각오로 이태리음식을 해주셨다.
보기엔 맛있어보일텐데,
저게 면이... 통밀파스타면이다.
우리가 늘 묵던 그냥 밀가루면이 아니다.
거칠고 딱딱하다.
그래서 아내님은 무척 싫어하셨고,
나도 머 아주 맛있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정색하며 내칠 정도는 아니었다.
난, 라면도 살짝 덜 익은 듯한 면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인지는 잘 몰르겠지만,
저것도 나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많이 묵었다.
그리고 남은 통밀면은 예상대로 모두 버려졌다...
일요일 저녁밥.
시판사골국물에 만두국이다.
파는것은 옳다.
아내님께서 장기를 보이셨다.
참치김치찌개다.
아들이 아파서 아내님께서 애를 봐야하는 상태가 되어가지고,
내가 오랜만에 음식을 했다.
저 위에 벌레같은거가 탕수육같은건데,
기름은 많이 묵고 상당히 조리가 번거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작년에 하던 감이 있어서,
하다보니까 절로 되더라.
아들은 그냥저냥이었지만, 나는 잘 묵었다.
집에 가기 전에 동네 까페를 좀 들렀다.
할일이 있었다.
니라라과 오스카 워시드 SHG라는 싱글 오리진이었는데,
맛이 기억이 안난다....
해야 할 일은 잘했다.
먼가 뭉클허기도 했고..
그리고 집에 왔더니, 이런 밥...
보기에만 이쁜,
그냥 잔반종합세트....
나의 초미녀아내님은 겨울에 태어나셨다.
자기 아들하고 잘살아주는게 고마운건지,
울엄마가 아내생일이라고 배달음식 잔뜩 묵을수있게 보내주셨다.
파스타도 피자도 닭튀김도 모두 아내님께서 좋아하셨다.
아내님이 행복해보였다.
참치김치찌개가 남어있었다.....
어묵도 남어있었다.....
토요일에 아들 학교에 갔다가,
이제 이럴 시간도 얼마 안남은 듯 하여,
자주갔던 근처 까페에 가서,
저것을 묵었다.
너무 달콤했다.
달달해 징그런게 아니고,
생크림이 달콤하게 달궈주고 모카가 넘어오는 서윗한 맛.
집으로 돌아와서는 괜찮은 콩나물국과 오리고기를 묵었다.
잔칫날아니고,
엄마집 김장날 밥상이다....
막 삶아져 나온 돼지고기와 막비빈 김치와 막나온 흰밥.
맛이 없을수가 없어....
점심때 감동을 조금이라도 며느리야 니도 느껴라라고,
엄마가 싸서 주셨다.
다행히 나의 엄마는 며느리를 이뻐하신다.
그래.
난 효도를 했다.
다음날은 아내님이 두부를 더하셨다.
돼지에 두부에 김치로 새로운 삼합을 묵었다.
아내님께서 비싼 소고기로 저러게 밥내어주셨다.
비싼 소고기..
아부지 생신 기념으로 그 다음날에 광주가서 왕스럽게 묵었다.
생일은 아부지고, 음식은 엄마가 하고,
새끼인 나와 나의 부양가족들은 맛있게 배터지게 잘도 묵었다.
오랜만에 스테이크라는 것을 묵었다.
제대로 시즈닝도하고 래스팅도 한걸로.
역시 고기는 남이 구워주는 것이 더욱 맛있다.
그리고 나주에 아들 학교에 가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까페가서 늘 테카웃해오던 것을 묵으며 일좀했다.
잘사세요 사장님. 그동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다음날.
골골대는 아드님을 위해, 내가 전복죽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전복 손질 정도는 할 줄 알아서,
내장갈아 넣고 머 이래저래해서 만들어내었는데,
사실, 죽이라는게 만드는 것도 맛내는 것도 별 것이 없는데,
아내님께서 무척 완성된 상태를 만족해허셨다.
비싼, 소고기다.
근데 희한하게 고기보다 당면이 맛있던 듯.
이것은 진화였다.
아내님의 짜장은 대부분 모두 명백하게 실패였는데,
이번에는 아주 잘 되었다.
연희동에 보내도 되겠어.....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한 날에,
아내님은 동네닭튀김을 드시고 싶다고 하여 내가 가지고왔다.
닭튀김이라는게 맛없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아주 특별하게 색다르게 맛있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저 가게는 내가 묵기엔 저 중식스런 양념된 닭튀김이 아주 훌륭했다.
적당히 달큰하고 얼튼했다.
단, 원래 후라이드 선호자인 본인에게는,
저 후라이드는 좀 눅눅한 느낌이어서 별로였다.
둘다 살짝 매운맛이었는데,
아내님께서는 맛있게 드시고는, 아주 잠자러 드가실 때까지 맵다고맵다고 허셨다.
예수님이 태어나심을 기념하며 일어나자마자
찐헌 고기궁물 떡국을 묵었다.
저녁밥은 음... 닭음식과 이상한 만두.
닭은 좋았다.
만두는...
가족이 밀가루가 안들어간건가? 어렵게 지원해준 만두인데,
만두의 존엄성을 해치는 맛이다.
만두가 아니다.
만두피가 어묵같은건데,
만두소도 뻑뻑하고 겉에는 어묵이라서,,
좀 노답이다.
그리고 실로 간만에.
막걸리를 마셨다.
건강상의 이유로 더는 집에서 홀짝거리기가 부담이 되어,
자체적으로 안묵고 있었는데,
나도 연말을 즐기고 싶어서,
묵고싶은 막걸리 중 최애를 집어왔다.
아........
막걸리답지 않게 매끈하고 꿀스러운 달달함이 있다.
아.... 이렇게 좋은걸 먹으며 살았던 나였다.
그리고 다음날 브런치는 잔반처리...
오후에는 아들이 아내님과 고구마 맛탕을 만들었다.
집안일하는걸 좋아하는 세살아이인데,
이제 음식제조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녁밥은 비빔밥.
스님버전이라... 머... 건강한 맛...
그리고 이어서 연말을 즐겼는데,,
못보던 음료수가 있어 집어와봤다.
쏘주니까... 머... 예상되는 맛이 있는데,
이건머... 거의 과실주스럽게 달다.
다만 쏘주니까 찐덕찐덕하게 달지는 않은데,
좀 어이없는 수준으로 단맛이 난다.
퇴근했더니,
아내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내어주셨다.
맛있어서 자꾸 퍼다 묵었다.
연말즐기기 마지막.
처음처럼 빠삐코 에디션이다.
머 얼마나 빠삐코스럽겠어.... 기대는 그러했는데,
이건,
쏘주에 빠삐코를 탄맛이 아니고,
빠삐코에 쏘주를 탄맛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옛날에 그 머드셰이크가 생각나는 쏘주맛.
즐거웠다.
다음날은 아내님께서 너무나 무섭게 김밥을 만드셨다.
아내님과 혼인해서 산지 몇년 되었는데,
김밥을 직접 만들어주신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사실 거의 없어서,
이번에 김밥을 만드신다기에 겁이 많이 났으나,
이게 먼일이래?
엄청 맛있게 만드셨다.
어묵이 맛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엄마가 크리스마스라고 집에 케익을 보내주셨는데,
손지놈 생각해서 떡케익을 보내주셨다.
그냥 케익이면 우에가 크림이었겠지만,
저것은 밀가루와 우유를 못묵는 애들을 위한 것이라,
만쥬앙꼬같은 그런거였는데 맛있었다.
밥이 먼가 짬스럽지만,
미역국이 아주 훌륭했고,
참치와 쌈장으로 먼가를 만드신 것도 먼가 젓갈스럽고 훌륭했다.
목요일 저녁밥이다.
뽀로로가 그려진 쏘세지와 야채를 볶고 씨알좋은 전복을 잘 쪄서,
냉파용 돼지찌개와 함께 묵었다.
그랬다.
이렇게 2021년 먹음의 기록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