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후기 ㅡ 나의 해방일지
오랜만에 드라마 하나를 정주행했다.
나의 해방일지.
먼가 신세계같기도 하고 그랬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보아서,
기록해둔다.
곽혜숙씨.
엄마들은 그런가보다.
남편걱정, 자식걱정..
이엄마도 그거하다가 죽음으로써 해방되었다.
죽음도 큰딸의 미래 배우자를 보고 그나마 안도하여 온 방심(?)이었다.
염제호씨.
온갖 수발들던 아내가 죽고나서,
해오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게 되자,
굳건히 믿어오던 봉건사회의 암묵적인 사회규칙의 당위성에서 벗어났다.
염기정씨.
사랑하고 싶었는데,
애딸린 홀애비와 사랑하게 되었다.
조태훈씨.
약하다는 느낌...이라는 텍스트로 표현되었지만,
굉장히 추상적인 이 사람의 해방대상은,
홀애비인 자신의 처지이지 않았을까?
자신이 부모없이 자랐는데,
자기 딸이 엄마가 없어졌고,
자신은 직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딸을 살려내야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
그 역할들을 혼자서 세상에서 해내고 있는데,
이것도 저것도 잘되는게 없는데 자신감이라는게 생길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한 여자를 이상하게 만나 이성교제를 하기 시작했으니,
둘이면, 더 낫겠지.
염창희씨.
내가 보기엔 이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찐주인거 같다.
스스로를 서울사는 사람에 비교하며,
별볼일없는 능력을 가진 달걀 흰자에 사는 사람이라 여겨,
구강기마냥 입으로만 풀어대며 살고 있는데,
남에게 잠시 빌린 능력(구씨의 롤스로이스)을 써먹어보며,
비교해오던 대상들스럽게 살아봤지만 별거없음을 느끼고,
인생플랜을 만들어 편의점 사장이 되고,
장례지도사 강의를 어이없게 듣고 있으니,
비교안하고 스스로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염미정씨.
어케보면, 가장 황당한 인물이다.
원래 밝고 사람좋아하고 그랬던 사람인데,
대학 때 남자 잘못 교제해서 돈빌려주고 못 받으며,
"개새끼"를 만들고 스스로를 황폐하게 취급한 사람이다.
구씨를 만나고 비슷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며,
추앙드립을 하며, "개새끼"의 과정을 돌아보게 되었고,
마지막에 "개새끼"에게 "아니야"라고 하며 다시 이전의 자아로 돌아오게 된다.
구자경씨.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팽팽하게 당긴 실처럼 경계태세로 살아왔던 사람.
어쩌다보니 그 생활을 잠깐 피하게 되었고,
그가 그 피난처에서 나오자 염씨 가정에 대재앙과 혼란이 닥쳤다.
마지막 엔딩장면은 돈가방 챙겨서 나오는건데,
그게 이 바닥을 정리하고 염미정에게 가는 건지는 잘 몰르겠다.
그래서 이 사람은 해방이 된건지 어쩐건지 잘 몰르겠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된 상태일까?
해방상태인건가?
아재가 되어..
내가 꿈꾸었던 나의 미래와는 꽤나 다른 삶을 살고 있긴 한데,
생활이 답답해진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홀애비냄새와 외로움에서는 확실히 해방되었다.
확실히.
예전에는 심심한건지 외로운건지,, 아주 그런 약간 공허함 같은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가끔 그리울 정도로 그런 느낌들은 사치가 되었다.
하하하ㅡ
정말이지,
나의 아내님은 대단하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