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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朝聞道夕死可矣 2016. 12. 25. 19:14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근거 : 헌법 제 20조 1항)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과 크리스마스를 모두 쉰다.

좋은 나라다.


오늘은 크리스마스고,

우리 부부는 신자다.

즉, 쉴만한 명분이 있다는 거지.


다만, 쉬고 놀더라도 기본적인 의미는 알고 그래야겠어서,

아내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성당을 다녀오기로 했다.




오전반


성당투어


아침에 한시간 정도를 달려서 온 여기는 진주다.

진주에 궁금한 성당이 있어서 와봤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이다.

참 아들과 아부지를 닮게 만들어 놓았네.


마당에서 본 성당은 이런 모습인데,

여기는 문산성당.


을사조약 되던 해에 만들어진 진주 최초(?)의 성당이란다.

근데 그 최초 성당 건물은 앞에 보이는 한옥건물이다.


그래서 한옥건물이 근대문화유산.


뒤에 새건물로 올라가보면,


지붕에 별달아놓은게 좀 동화스럽긴 하지만,

허세없이 소박하면서도 이쁜 본당건물이다.


이 새(?) 본당도 문화재인데,,

37년에 건립했단다.

일제강점기....... ㄷㄷㄷ


안에도 들어가봤다.

나는 신자다.

내 생각보다 여기 신자분들은 바쁘셨다.

이 때가 9시 10분 정도였는데,,

실내도 소박하다.

37년에 지어진 거라고 믿기지 않게 깨끗했다.


거대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본연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성당.

음....

우리가 너무 거대한 것들에만 유의미함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생각이고,,

가자.



진주의 또 다른 성당을 왔다.


여기는 옥봉성당.

우리 동네 앞산은 옥녀봉......


이리 오너라~~

라고 하는 것 같은......

생신 축하드려요.


화려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이 성당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이 성당도 동네에서 짬밥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이것도 일제강점기 때 시작되었다는,,,


그리고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우리 부부도 인사드리고 나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바쁜날이니께....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유의미한 성당투어를 했다.



진주성


성당 두 곳을 보고,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초미녀아내님께 진주성 걷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


입구를 옮겼더라.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동쪽(진주교쪽)으로 들어갔었는데,

그 쪽 일대 주차장이 싹ㅡ 공사로 폐쇄되고,

이렇게 북쪽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입장료는 인당 이천원.


들어와서 보면 많이 쌔삥나긴 하지만,

이런 것이 어케보면 복원함으로써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너른 잔디밭.

생각보다 따뜻한 겨울볕에 참 흐뭇했다.


입구에서 남강쪽으로 자연스레 걸었다.


유명한 이 건물.

여기서 아래 강변으로 내려가면,



논개조상님이 쪽바리를 끌어안고 다이빙하신 곳이 나온다.

근데, 저 정도 높이에서 군사훈련 받은 사람이 떨어져서 죽었다는데,,

술을 정말 많이 먹었나보다...


여기서 서쪽을 보면 멀리 천수교가 보이고,

언젠가(2013년 2월)도 보았던 남강이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많이 변했더라.


동쪽을 보면 진주교가 보인다.

언젠가 왔을 때도 이렇게 고요했었다.


다시 올라와,

아내와 진주 성내를 걷는다.


크리스마스 날,


초미녀아내님과 이렇게 따스한 햇살아래,


걷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해서,

세상에 감사하고 신기했다.


신기함을 느끼며 걷다보니,

그랜져 광고같은 장면을 보았다.

그런데, 신형 그랜져 뒷모습은 먼가 물메기스러워..... 


호국사를 돌아가는 예쁜 길.


그리고 올려다 본 크리스마스 하늘은,

아내가 좋아하는 하늘이었다.


걷다보니,


저 아래, 까꿍이가 있는 주차장이 보인다.


크리스마스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내와 즐거운 걷기 시간을 보냈다.




오후반


아내와 집에 돌아왔는데,

먼가 갈증같은게 남은 기분..

게다가 이상하게 요즘은 두통이 좀 있었다.


그래서,

날도 따뜻한데, 뚜껑열고 션하게 돌다오기로 했다.


집에 계시는 아내님을 안녕하고,

나는 다시 까꿍이에게ㅡ ...


루트는 이렇게 잡았다.

여수반도는 동쪽에 남해섬과 나란하게 있는데,

그 남해섬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 여수산단쪽이다.

저렇게 바다를 끼고 오픈라이딩하면 잼나겠다 싶어서,,,,,,,,,

내가 세상을 몰랐다야....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해산IC에서 나와서 한구미터널까지의 약 18km가 공장지대다.

그런데 여수공장은 베이스가 석유화학이거든.

이게 다양한 케미컬 스멜이 매캐하게 내게 들어오는데,

나는 오픈라이딩하고 있었으니까요....

진짜 별로더만.

그리고 저런 그랜저한 공장들 샛길로 지나가면서 먼가 으스스한 무서움도 느꼈다.


그러다가 먼가 보여서 까꿍이를 멈췄는데,


왠지, 저 너머에 먼가 있을 것만 같았다.

넘어가보니,,


하핫ㅡ

먼가 저번에 블레이크 라이블리 나왔던 영화같은 시크릿하면서도 고요한 것이 딱 내 취향.


이렇게 30대 중반 아재는 크리스마스 날,

바닷가 모래밭을 밟아본다. 풉ㅡ

모래가 탄탄해서 밟을만 하더만.



조용히 파도가 들고옴을 듣는다.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었다.


아주 자연스럽지도,

아주 깨끗하지도,

전혀 넓지도 않은 모래밭이었는데,

참 좋았다.


그리고 다시 오픈라이딩을 계속했는데,

요 신덕동네에서 만성리까지가는 길이 드라이빙하기 참 좋더만.

맑은 날에 파란 바다보며 드라이빙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만성리에 도착.


크리스마스에 조금은 그늘진 하늘을 담고 있는 고요한 바다다.


그런데 만성리는 검은모래해변 아닌가요?

이건 모래가 아니라 자갈같은데요...


전에 해뜨는거 찍으러 왔을때 열심히 공사 중이던 저 쪽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보였다.


반대쪽은 이런데,

이런게 겨울바다의 매력같다.

여름엔 시끄럽지만(좋게말하면 활기있다고 하지..),

겨울의 이런 분위기가 나는 더 좋다.


좀 걸었고,

소리도 들었고,

생각도 했고,

그랬다.

하지만, 모두 다 길지 않았다.


가자.


이렇게,

아재된 나의 첫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