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0 vol.2
삼고초려 끝에,
제네시스 G70을 타게 되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현대자동차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제법 긴 시간, 600여 km를 실생활에서 운전해보며,
느낀 것들을 기록해둔다.
시승차는,
3300cc 직분사 터보에 전자식 4륜구동 차량으로
370마력에 52토크다.
도심주행
나의 출근거리는 8.7km정도다.
걍 조용하고 서스 쫀쫀한 세단이다.
순간 가속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데, 그 과정은 무척 조용하다.
물론 그 댓가는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스탑앤고가 이질적이어서 잘 안썼는데,
하루 지나니 연비꼴을 보니 써야겠더라..
스탑앤고가 똑똑하게 작동해서 그닥 걸리적거리진 않았다.
고속주행
내가 원한다. -> 악셀페달을 밟는다. -> 속도가 난다.
그런데 그 속도가 숨쉬듯이 편안하게 그냥 200을 넘긴다.
터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고 알피엠을 쓰는 일이 없고,
내 기억엔 3천 넘게 쓴 일도 별로 없던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엔진이 괴성을 지를 일도 없다.
차량은 아무일없다는 듯이 편안하게 움직이는데,
50이 넘는 토크가 쏟아지며 게임처럼 속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속주행에서 묵직한 맛이 덜하다.
비교대상은,
내 까꿍이하고, 미국에서 탔던 닷지 차저.
까꿍이야 생긴거와 달리 워낙 묵직하고 속도도 잘 안나지만,
닷지 차저는 마찬가지로 6기통인데, 기억으로는 더 묵직한 맛이 있었다.
사실, 묵직한 맛과 안정감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닌데,
예상보다 묵직한 느낌이 덜해서,
고속주행 중에 몸에 긴장이 많이 되었는지,,
어느 순간 흉부에 경직을 느꼈다.
물론,
속도가 너무나 편안하게 뽑아지니까,, 너무 좋았다.
ㅋㅋ
로꿍이도 나름 거의 풀옵션 차량이라서,
주행보조기능들이 빠방하게 들어있는데,
G70에 들어있는 크루즈컨트롤은 니로 이상이었다.
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하고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는건 물론이고,
과속카메라를 인식하고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허허허허ㅡ
그리고 굳이 계기판도 네비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HUD로 주행정보가 잘 표시된다.
107km/h로 크루징해서 광주에서 순천우리집에 왔더니 연비는 이랬다.
진정 처음으로 두자릿수 연비를 보았다.
코너링
출퇴근하며 도심주행은 경험했고,
장흥과 광주를 오고가며 고속주행도 경험했으니,
와인딩이 남았다.
그래서 상사부르크링을 풀코스로 돌아봤다.
돌아봤는데,,
와.... 이 ㅅㅋ...
쩔었다.
까꿍이로 다년간 돌던 코스인지라 안그럴려고 해도 비교가 되는데,
까꿍이보다 코너 한계가 훨씬 높다.
그리고 움직임이 달랐다.
까꿍이는 뒤가 끼이이익 하면서 끌려오는 느낌이라면,
G70은 뒤가 밀어주는 느낌이다.
까꿍이보다 빠르고 격하게 도는데,
반동은 덜하고 끼이이익하는 소리는 없다.
코너링이 생각보다도 더욱 훌륭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ㅡ 차가 쏘나타보다도 한참 짧다.
ㅡ 차가 아반떼보다 낮다. 씨트포지션은 정말 한참 낮다.
ㅡ 그런데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길다.
ㅡ 후륜기반 4륜구동이다.
즉, 낮고 넓게 깔려있는 자세인 녀석이 네바퀴가 움직인다.
당연히 코너링이 좋을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상사부르크링 타기 전까지만 해도 이 녀석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의아했었는데,,,
나름 코너에 던져보니, 알게 되었다.
생각
G70의 속성을 나열해본다.
ㅡ 매우 빠르다.
ㅡ 코너링이 훌륭허다.
ㅡ 조용하다.
ㅡ 써스가 전반적으로 편안한데, 좌우와 상하운동에서는 또 쫀득하다.
ㅡ 비싸다.
ㅡ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의 악셀반응이 상당히 다르다.
ㅡ 뒷좌석보단 트렁크.
이런 속성들을 생각해보니,
G70의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잘 몰르겠어서,,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홈피에 가서 보니,
눈에 띄는 단어는 "럭셔리"였다.
현대차가 새삼스레 럭셔리를 추구하게 된 이유는 뭘까?
돈을 더 벌어야 한다. -> 지금까지 싸고 좋은 차 -> 박리다매의 한계
-> 비싼 걸 팔아서 이윤증가 필요 -> 기존 이미지 한계 -> 우리도 비싼거 있어요
이런 과정 아니었을까?
옛날에 보았던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상무님은 경차 타자고 경품행사에 응모하고 싶으세요? (중략)
반찬냄새나는 지갑보다 사치스럽고 허영기많은 지갑이 훨씬 열리기 쉽고 훨씬 돈도 더 나오고..."
그래서 내가 자본주의를 싫어한다.
그렇다면,
G70이 만들어진 이유는 뭘까?
일단은 럭셔리.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름 라인업을 갖춰야겠는데,
플래그쉽은 에쿠스를 계승할거고,
중형세단은 G80,
컴팩트세단은 G70일까?
그럼, 보급형과 럭셔리의 차이는 무엇으로 만들려고 했을까?
즉, 차별성으로 형성되는 캐릭터.
성능과 옵션??
G70의 캐릭터는 뭘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G70의 컨텐더 또는 타겟은 누굴까?가 궁금했다.
사이즈로 보면, 베엠베 3시리즈 급의 독삼사 컴팩트 세단.
요 수준 차량들의 수요를 G70으로 끌어오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성능과 옵션은 컨텐더들을 압도한다.
다만,
수입차나 명품이나 지위재(마교수님의 말씀)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수치로 드러나는 제원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라는 것이 중요한데,,
수단으로써 헤리티지라는게 입혀질 뿐이지, 결국은 돈이다.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성능은 3.3T라면 분명, 수입되는 독삼사 컴팩트 세단을 능가할 것 같다.
물론, 독삼사 컴팩트 세단은 6기통이 잘 수입되지 않을 뿐더러,,
5000만원 주고 살 수도 없을거다.
그래.
G70은 비싼 고성능 컴팩트 세단을 지향한 것 같다.
굳이 스포츠성이 드러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정말 기획의도가 잘 드러난 상품이다.
그래서,
좀 더 스포츠성을 바랬던 나에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G70은 너무나 매끈하게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가졌다.
52토크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굽이굽이 코너링을 하는 순간에도,
차량은 대수롭지 않다.
대수롭지 않아서,
움직임에 비해 아드레날린이 덜하다.
모르겠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드레날린 원하면 벨로스터 N으로 가라는건지...
좀 더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드러났으면 좋았겠으나,,
허허허허ㅡ
내 생각에 현대차의 취지는 이러했던 거 같다.
ㅡ 제네시스는 럭셔리다.
ㅡ 럭셔리인만큼 고성능이면서 방정맞지 않는다.
ㅡ 그 중에 덩치작은 녀석이 G70이다.
ㅡ 기름값 걱정되는 사람은 쏘나타 사셈.
그냥,, 그랬을 거 같다.
나라면,
2.0T를 타겠다. 그래야 오래살 듯...
255마력에 36토크여도 충분할 것 같다.
근데 3.3T하고 200만원차이밖에 안난다.....
차량의 퍼포먼스는 너무나 훌륭하고,
차량의 연비는 너무했다....
시승기간동안 약 600km을 주행하며,
현대자동차 기술의 정수를 경험했고,
그것은 무척 훌륭했다.
까꿍아,
그동안 많이 쉬었다.
이제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