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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프너

朝聞道夕死可矣 2014. 7. 2. 04:36

12000km를 향해 순항하던 중,

드디어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오프너에게도 발생했다.


이전까지는 다 내가 사고의 주체였었는데,

이번만은 철저하게 내가 피해자였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한 날 전 날.

여느 때처럼 직장에서 10시 넘어 퇴근한 나는,

집에서 시원하게 음료수나 들이킬까하고,,, 

둘마트를 향해 갔다.


나는 신호는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라,,

신호 맨 앞 줄에 서서 녹색불을 기다리며 오프너 안에서 대기타고 있는데,,

갑자기 변속충격 같은게 느껴져.



ㅆㅂ....


그런데 나는 브레이크 밟고 있더라.

그것이 확인되자 자연스럽게 눈은 사이드 미러로 옮겨지고...


ㅆㅂ





뒤에 차가 있네.


ㅆㅂ


내렸다.

어? 이 아저씨 술냄새 나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뒤에서 콩! 하신 아저씨는 상황정리에 능동적인 모습 보이며 명함을 건네 주셨다.

지금껏(내차 산 이후에) 사고는 내가 주체였어서,,,

명함 받고 서로 차 사진 찍고,,

그러면 되었지.. 하고 보내드렸다.


미쳤지...


사실, 데미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뒤에서 쿵! 해가지고, 뒷 범퍼 도장 좀 상했더라.

그래서 범퍼 도장만 다시 좀 손 보면 되겠네... 라고 생각해서

나도 그렇게 음주운전으로 후방추돌한 아저씨를 그냥 돌려보내드렸다.







오프너를 들여온 건,

전적으로 나를 위해서였다.


내 행복을 위해 오프너를 들여왔는데,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예상보다 오프너는 내게 큰 기쁨과 감동을 주었고,

나도...

착하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만큼 오프너를 통해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래서,,,

음주운전으로 후방추돌한 아저씨도 굳이 문제삼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국산차보다 도장복구하고 그럴려면 돈이야 "조금" 더 들겠지만,


"아저씨, 술 쳐드셨네요?"

이렇게 말 꺼내며 그 아저씨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명함만 받고 보내드렸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다.

2월 15일 이후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주고 있는 오프너가 상했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무척,,,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 음주운전으로 후방추돌한 아저씨를 엿먹이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둘마트가서 음료수랑 주전부리 좀 사고,,,


집에 들어서니, 불편한 마음은 더 많은 음료수를 먹게 하더라.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오프너는 어쨋든지간에 고쳐야했고,

그럴려면 광주 가야했다.

오프너를 들이고, 도장 코팅을 했었거든....


그리고 사장님이 내게 주셨던 가장 중요한 오더는,,


"문제발생시, 이리 가져오세요."

였다.


그래서 광주로 가야했는데,,

다행히, 6월 25일 수요일은 내가 직장에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조퇴를 하고 광주로 올라가는데,,,

아....


정말, 가는 날은 장날이었다.




나는 순천에서 일하고 있는데,

순천에는 웃장과 아랫장이 있다.

고속도로를 드갈려면, 웃장을 지나가야 하는데,,,


25일은 웃장날이네.......

차가 참,,, 많이 막혔다.

허허허...


간만에 순천에서 광주와 같은 교통체증을 느끼고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한 차로 막고 포장공사해...........


우와..........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머피의 법칙??


그렇게 여기저기서 꾸역꾸역하며 ,

"문제발생시, 이리 가져오세요."라고 말씀하신 사장님 사업장으로 갔다.


갈 때까지만 해도,,,

워낙 단순경미한 도장면 손상이라 생각하고, 

당일로 문제해결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고 올라갔으나,,


사장님 입에서 나오는 진단은,,,


"이거,, 범퍼 갈아야 겠는데요...."







ㅆㅂ...








이게 먼솔...

뒤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이거,,상대방이 전화 안 받을거 같은데요."











ㅆㅂ....










나는, 순간 아차뜨아싶었다.


마치, 저 장면의 호구 아저씨 심정이었을게다....

그리고 사장님은 이내 벙쩌있는 내게 지금 해야할 일을 말씀해 주셨다.


"일단, 상대방에게 전화해서 보험처리하라고 하시고, 접수번호 달라고 하세요."


우와...

그제서야 나는 이게 꽤나 큰 일이라는것을 인지하고,,, 마음이 답답해졌는데,

음주운전으로 후방추돌한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어?

안받는다.

다시한다.


어??

진짜, 안받는다.

다시한다.


어???








ㅆㅂ...










4시 15분 경부터 30분간 계속 전화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받으신다.

(사장님은 전문가였다....)

직장으로 전화했는데, 내근하는 분이 아니란다....

5시까지안 받으면 내 보험으로 일단 접수하는 걸로 하고 5시까지 기다렸다가 전화했는데,










ㅆㅂ....










그래.

그래서 일단 내 보험으로 사고접수했다.

다행히, 그 분 차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놓아서, 보험접수하고 그 번호를 알려드렸다.


그리고, 대기타고 있는데, 사업체(오프너 도장면 코팅한 사업체)에 상관없는 BMW 5시리즈가 드왔다.

나는, 그 사업체가 워낙 유명한 업체라,,, 내 차처럼 케어받으러 온 줄 알았으나,,,


그게,

내 오프너 대차였다.







허허허....






그렇게 공업사 사장님(=보험처리 전문가)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께서 내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꺼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알려주셨다.

내일 경찰서가라고 하셨다.


나는 아무 잘못 안했는데,

내 돈으로 오프너 수리해야 할 상황이 닥쳐버렸다.


ㅋㅋ


웃음이 나오더라.

그런 웃음을 헛웃음이라 한가보다...


어쨋든,

그렇게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사고,,

광주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갔다.

그 어마무시한 BMW 5시리즈를 타고...


이상하게, 이런 일이 닥치니까,, 엄마가 해준 밥이 먹고 싶더라.


그런데,,,

집에 가니 엄마가 안계셔....................

집에가서 "엄마ㅡ 엄마ㅡ"하고 부르니,

엄마가 아닌 동생이 나온다.................

동생도 나 못지 않게 황당해하더라.

(내가 직장이 순천이라 평일에 집에오는 일은 매우 희귀하다...)


동생에게 간단히 상황 설명하니,

수박을 내어준다.


수박을 쳐묵쳐묵하고 면허증을 찾다가 포기하고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네???








어?


그, 음주운전으로 후방추돌한 아저씨다.

그 전화가 정확히 7시 9분에 왔다.

그 아저씨는 밤에 일해서 오후에 잠자느라 전화 못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다르게 예상되었다.

씁쓸했다...

그래서 나도 보험접수 하시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머랄까.....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게 씁쓸했다.

그냥, 순수하게 살면,, 호구병신이 되는 세상인 거 같아 씁쓸했다.

그리고 다른 것도 씁씁했다.


사업체 사장님이 범퍼교환 진단 내린 순간,

내게 들었던 씁쓸한 생각은,, 동화였다.


나는 혼자서 동화처럼 살고 있던 것 같았다.


그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절대 동화가 아니다.

순수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

나는 BMW 528i를 타고 내 집으로 돌아왔다.

오프너보다 경이롭게 빠르고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재미없는 차를 타고...


나는, 그 날 이후 직장에 528i를 타고 출퇴근 했고,

사회적으로 이슈였던 수입차와 사고나면 X된다는 주제에 "갑"에 해당하는 경우로,,

직장에서 회자되어졌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 상사분들이 국산차를 운용하시므로,

나의 케이스는 그 분들 입장에서 완전히 이해될만한 사고처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그러했다.


이래저래, 오픈카 타고 댕기던 놈이,

BMW 5시리즈 타고 댕기면서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지..

난 정말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데, 내 맘대로 살다보니 사람들 눈에 많이 띄게 된다.


머, 그건 그렇고,,


오프너가 없어지자, 내 생활은 또 변화가 찾아왔는데,,,


원래는 그 주말에 동굴탐험을 하려 했었다.

여름에 동굴가면 시원하다데??

그런데 오프너가 없어지니까,

안가게 되었다.

오이팔 타고는 어디를 가기도 싫었고, 갈수도 없었다.

네비가 쓰레기!!!!


그래서 주말에, 음료수만 먹는 폐인이 되더라.

젠장...


저렇게 주말을 보내고,

다음 주에 정상인인것 처럼 출근하고,,,













드디어, 오프너를 찾게 되었다.












7월의 첫 날.

오프너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6월 마지막 날에 받고,

직장에서 그야말로 칼퇴근을 하고, 광주로 올라갔다.


그런데, 아...

이 오이팔은 정말 빠르고 안정적이고 편안한데 재미가 없어...

고속도로에서 DS모드로 쓰로틀을 열어주니까 y영역까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가속되었다.

그 가속보다 더욱 신기한 것은,, 100km/h와 다를 바 없는 차의 거동이었다.

똑같이, 안정적이었다.


후아..


정말 놀랬다.

그러나,


재미가 없었다.

y영역까지 여유있게 가속하고 드는 생각은,












'이러다가 죽겠는데?'











빨리 달리는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서킷을 타는 게 아니거든.

운전이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야.

그냥 너무 쉽게 가속되고,

편안하게 가속되고,,

편안하게 정확하게 조향되고,,,


물론, 내가 저런 운전재미가 카트화되어있는 미니를 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Driving Pleasur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BMW가 좀 의아하긴 했다.


정말 광주가는데,

오프너가 그러웠다.


대차받아 거진 일주일 타고 댕겼는데,

오프너가 그리웠다.


결정적으로,

오이팔은, 내가 함께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프너는, 내가 함께 달린다..

오프너 알피엠이 올라가면 내 심박수가 올라가고,

그래서 오프너가 힘들면, 나도 힘든 것처럼,,

그런 함께한다는 느낌이 오이팔에서는 없었다.


그런게,

정말 그리웠었다...







저런게 작은차 큰 기쁨인건가????









사업체에 가니,

오프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닦여진 모습으로...


^^






사업체 사장님은 잘 복구되었다며 미소지으며 말씀하셨다.

사실, 난 그 미소가 이제는 조금 무서웠다.


드디어 오프너에 다시 앉았는데...

캬~~~...


내가 미친건지 모르겠는데, 지금도 울컥하는 마음이다.


시동걸고 스티어링휠 잡고 가는데,,

아...


개감동.


김혜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무 좋은거야.

캬~~~


어쨋든 광주 온김에,

귀찮게 길어진 머리카락도 정리하고,

다시 순천 내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오프너는 내게 돌아왔고,

나는, 여름 밤 고속도로를 뚜껑열고 여유롭게 크루징하며 돌아왔다.


벌레가 정말 많이 부딪혔지만,

청량한 공기를 오랜만에 느끼고,

집에 다와가니,, 먼가 유의미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동네 김밥집에 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먹거리를 사서 집으로 갔다.

그리고 오프너가 돌아온 것을 축하한다는 핑계로 닥치는대로 먹었다.


나는 면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의식에 빠질 수 없는 지역 음료수.








그러다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진정,










다시,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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