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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 여수음악제

朝聞道夕死可矣 2022. 9. 8. 00:19

나는 의외로 서양고전음악을 좋아한다.

슈베르트를 좋아하는 울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건 아니고,

자라다보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가 서양고전음악을 좋아하는건 좀 진짜여서,

아내님과 신혼여행을 갔을때도 굳이 굉장히 포멀한 연주회를 하나 갔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인사불성으로 잠퍼잤다만....

 

 

 

회사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안땡겼는데, 저 좌측상단에 조그마케 써진

"KBS교향악단과 함께하는" !!!!

저게 보이니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있었다.

여수에서 직장생활을 2019년부터 했는데,

이런 훌륭한 여수음악제를 하고 있는줄 정말 몰랐다.

무튼 프로그램을 쭉 보고,

역시나 나는 마지막날을 골랐다.

 

 

서곡 + 바협 + 심포니.

굉장히 정석적인 조합의 피날레 프로그램이었다.

특히나,

차콥 5번이 굉장히 기대되었다.

물론, 최근에는 빰빠바밤하는 4번을 많이 들었지만,

누적으로 따지면 차콥 심포니 중에 5번을 가장 많이 들었을거다.

최종적으로 아내님께 승인을 받고 예매를 했다.

 

 

 

드디어, 그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옛날에 정경화 할머니 연주하실 때 여기 주차한 이후 처음인 듯.

 

 

지역주민 할인받아 2.1만원.

예매할때도 싸다고 생각했는데,

모든게 끝난 지금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건 정말 혜자님이다.

 

 

티켓을 수령하고,

이렇게나 멋진 여수밤바다를 잠깐 보고 들어갔다.

 

 

내가 앉은 자리는 이런뷰였다.

맞다.

바이올린만 보이고, 너머에 관파트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바이올린을 잘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이 자리를 잡았는데, 바이올린은 정말 제대로 봤다만,,, 조금 더 조망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후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매너니께.

 

 

프로그램은,

돈조반니 서곡 + 모짜르트 바협3번 + 차콥 심포니 5번이다.

모짜르트를 잘 듣지 않는데다가, 그 중에서도 진짜 안들어본 노래들이었다.

물론, 유투브에서 예습은 하고 갔다만, 그리 떙기는 노래는 아니었다.

 

돈조반니는,, 모짜르트 서곡들 중에서도 자잘자잘한 느낌인데,

왠지 스트링이 소리를 아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아긔자긔한 느낌.

노래는 취향이 아니었으나,

실로 오랜만에 라이브 소리를 맞은지라, 소름이 쫘악 돋고 참 므흣했다.

 

바협3번은,

독주자(=협연자)가 포스터와는 좀 달리, 음.... 브이포벤데타에 나온 사람처럼 생겼다.

옷도 좀 후줄근허게 입고 나온거 같았고,

내 상식으로 콘체르토 독주자는 악보를 안보고 하던데, 악보를 어쨋든 펴놓고 있어서,,

비주얼 상으로 좀 그랬는데,

보잉이 미쳤다. 활을 엄청 잘쓴다.

독주자들이 활을 찰지게 잘쓰는건 누구나지만,

이 사람은 정말 활을 끝에서 끝까지 쫙쫙 붙여 가지고 노는 느낌.

단, 모짜르트여서 그런지 짱짱한 소리보다는 탱탱후레시한 소리였다.

생각지도 못한 왼속 피치카토도 있었고,,

이미 나는 빠져들었다.

 

그리고 인터미션.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대로 앉아있었다.

 

드디어 차콥.

5번이 참으로 내 입장에서는 싱기했던게,

이마이나에 작품번호가 64번이다.

맞다.

날 이 세계로 빨아들여버린 멘바협이랑 똑같다.

시작할려는데,

정말 스테이지가 차콥이니까 꽉 차는데,

엥? 아까 협연자 아저씨가 세컨자리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허허허ㅡ

시작한다.

5번이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곱고 밝고 긍정적인 먼가 미션클리어 해피엔딩 느낌인데,

1악장은 아니다.

1악장은 정말 딱 마이나다.

클라리넷의 똥또도동또도동똥ㅡ 하는 이 소리....

아.... 맨날 듣다가 볼라고 연주회를 온건데,

아이러니하게 눈을 감게 된다.

소름이 쫙....

어느새 한차례 몰아치고 나니 먼가 이가 앙다물어지고 마음이 격해짐서 눈물이 난다.

눈물이 흐른다.

맨날 강철같은 므라빈스키만 들어서 템포가 좀 빠른 느낌이었으나,

임팩트가 필요할 때는 미묘하게 현파트와 관파트에 인터벌을 주어 효과를 뽱 키웠다.

이미 난 1악장에서 끝났었다....

목가적이고 고운 2악장, 밝고 반짝이는 3악장, 대서사의 피날레 4악장...

그냥 몸으로 소리가 쏟아졌다.

말같지 않지만, 정말 귀로 듣는게 아니고 몸으로 듣는 느낌...

이게 먼가 특강?같이 여수지역 음악하는 어린애들을 뽑아서(오디션해서)

KBS교향악단이 2주인지 3주인지 함께 연습하며 키워주는 과정이다.

그래서 차콥 5번은 그 아이들이 함께 한거였는데,

눈으로 보면 알겠는데 들으니깐 전혀 모르겠더라.

 

앵콜은 그 "아이들"만 연주하는 쇼타코비치의 그 유명한 왈츠였다.

뛰어내리는 영화에도 나왔던 그 노래..

 

 

 

나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나 좋았다.

아내님께서 내년에도 보내주신다면, 꼭 또보고 싶다.

 

 

계좌이체를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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