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까꿍이에게 몹쓸 짓을 했다.
잘 안보이겠다.
진짜다.
그리고 명백한 고의다.
너무 화가 났다.
때려서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당연히 대상을 잡아낼 수 없다.
직장에서 발생한 일이고,
퇴근하며 알게 되었는데,
집으로 오는 내내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술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술을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사서 집에 왔다.
아내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고,
썰렁한 집에 잔뜩 화가 난 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집에는,
버려야 할 쓰레기들과 개어야 할 빨래들이 있었다.
마땅히 해야할 것들을 아무 말 없이 숨을 고르며 하고 있다보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상황에 대한 생각이 진행되었다.
그러다보니,
분노가 반성으로 변해갔다.
집안일은 좋은 것이다.
때려죽이고 싶은 범죄자는 어차피 잡을 수 없고,
결국 원인은 내게 돌려졌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화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숨도 편안하고,
손도 떨리지 않아.
돌아본 나는,
어쩌면,
누군가 보기에 재수없고 어쩌면? 그냥 싫을 수도 있겠더라.
나는 어려서부터 많이 아팠고,
별로 스스로를 내세우고 싶은 감정도 자신감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무리에서 벗어나고 드러나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먼가 취향은 뚜렷했던거 같고,
캐릭터는 만들려고 했던 거 같다.
그렇게 먼가 색깔 뚜렷하고 자신감없이 조용하던 어렸을 때의 나는,
오덕은 떡잎부터 달르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수능을 잘봤고,
그 덕분에 원하던 대학을 갔고,
시간은 좀 걸렸으나 취직했고,
언젠가부터 나는 하면된다는 확신을 갖고 살았고,
언젠가부터 나는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갖고 살아온 것 같다.
난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잘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캥이가 되어가던 건 아니었나 몰라..
내 생각대로 살아도 별로 썩ㅡ 잘못되는 일은 없었고,
원하는 거 대부분을 해내고 가져왔으며,
물론 원하는게 나는 많지가 않았다.
심지어는, 원하지 않던 것마저 이룰 수 있었다.
특히나,
까꿍이를 들여온 이후는 자신감과 다른 사람 말 안 듣는게 더욱 심해졌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만류했던 까꿍이를 들인 이후에도,
내 삶은 예상되었던 일말의 걱정도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세상이 아름다웠고,
심지어는 아름다운 아내까지 생겼다.
진짜,
동화였다.
이렇게 기대이상으로 행복했던 나는,
어쩌면,
조금씩 상해가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떤 누군가는,
이런 내가 싫었을 수도 있겠지.
그게 누군지는 정말 모르겠고,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다.
지금의 내 생각은,
1. 까꿍이가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조금 더 싸가지를 갖추고 나댐을 줄여 겸손해져야겠다.
컴파운드고 지랄이고,
야구나 한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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