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with Opener

문화생활 ㅡ 콘서트 관람

朝聞道夕死可矣 2016. 12. 16. 23:04

나는 서양고전음악을 들어왔다.

아마.. 대학생 때부터 메인으로 들어오다가,

올해 혼인하고 아재가 된 이후로 이상하게 땡김이 줄어들어,

요즘은 락 좀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근,, 15년간 내 노래듣는 메인장르는 서양고전음악이었고,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소리는 바이올린이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치열함이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Jascha Heifetz.

이쪽 세계에서는 거의,

조단, 슈마허, 김연아, 메시에 비교한다면 좀 웃긴다만..


그래서 돈없고 지방이라 공연도 잘없고 그랬으나,

대학생 때부터 종종 콘서트를 보러 다녔고,

강동석, 장사라 등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이올린 역사의 원탑은,

정경화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우리 동네까지 와서 독주회를 하신단다.

나는 참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엄청 비싸서 못보겠구나... 라는 걱정도 들었으나,


생각보다는 안 비싼 가격이라 냉큼 예약하고,




이래저래 살다보니,

오늘이 연주회 날이다.



표는 진작에 예매해두어서 가지고 있었고,

혹시나 싸인받을 수 있을까해서,,

내가 처음산 정경화 CD를 챙겼다.


그렇게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해서 아내와 함께, 여수로 이동했다.


장소는 예울마루인데,

웅천해변 옆에 있다.

여수는 석유화학공장이 많이 있는데, 

가장 큰 비중이 GS다.

GS회사에서 지역사회에 좋은 일 한다고 예울마루 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 

예매도 했고 표도 받았는데,

실제로 와서 요런 상황을 맞이하니,

새삼, 기분이 신기했다.


반대편으로는 이런 시설이 되어 있는데,

저쪽이 바다다.

보이는 야경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기온이 많이 낮아서 그냥 들어갔다.


처음뵙겠네요 할머니.

저같은 사람 많겠지만, 정말 팬입니다.


그렇게 팬심 가득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예매한 자리는,, 빨간 동그라미 자리다.

바이올린은 턱에 물고 하는 악기인데,

대개 오른손으로 보잉을 하는지라,

몸이 오른쪽으로 오픈되어 있다.

그래서 저 자리에 앉으면 연주하는 모습이 참 잘보이겠다싶어 예매했던 건데,,



너무 잘보임.




프로그램은 음악의 아빠(Johann Sebastian Bach)가 만든 무반주 바이올린 곡 4개.

원래 3개였는데 친절하시게도 하나 더 추가해주셨다.

그래서, BWV 1001 + BWV 1004 +(인터미숀)+ BWV 1005 + BWV 1006 으로 구성되었다.

연주 도중 사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찍지않고,

아내와 나란히 앉아 감상했다.


안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Bach는 즐겨 듣는 목록이 아니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던 것도 있었으나,,

저 스테이지에 연주자 혼자서 소리를 내는데,

아....


놀라웠다.

역시나 백미는 천사번의 시아콘나.


왜 이제서야 정경화 할머니가 바흐 연주를 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해석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예상보다도 훨씬 "정경화"스럽게 연주하셨다.


"정경화"스럽다는 것은,,

내가 이쪽으로 소양이 깊은 것도 아닌지라 쉽게 말하기가 거시기하지만,

거칠면서도 따뜻하고 + 공격적이면서도 부드럽다.


내가 정경화 연주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 특유의 양면적인 음색과 적극적인 표현이 좋아서였고,

그게 정경화의 특징이었다.

그런 정경화가 바흐를 "이제서야" 연주한다는 사실은,

"자신을 얼마나 버리고 바흐를 연주할까?"

이게 궁금했던 거였다.


하지만 왠걸.

할머니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여전하셨다.

ㅋㅋ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별 재미도 없는 바흐의 파르티타를 잘 감상했다.




여보 고마워요.. 내 얼굴이 너무 팬심가득하네요...

연주가 끝나고 싸인회가 있었는데,

이건 홀에서 파는 시디를 산 사람만 가능했다.

예상은 했지만, 싸인받을려고 시디 산 건 아니었고,

그 구입한 시디에 사인 받은 것도 아니었다.

정경화 할머니께서는 연주 후에 이어진 피곤한 이 싸인회에도,,

어린애들에게는 따뜻한 웃음과 덕담을 주셨고,

심지어, 어떤 꼬맹이는 바이올린에 싸인도 받아가는 아 부러워요~~ 일도 있었다.

나는 "다음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정경화 할머니께서는 느닷없는 시디에 싸인해주시고는, 분명 "고마워요."라고 하셨다.


아름다운 밤이다.

어쨋든지 집에는 가야지.


집에와서, 므흣한 기분으로 본다.

오른쪽이 현장에서 판매하던 싸인받을라면 사라 씨디.

왼쪽에 씨디가 내가 싸인받은 씨디.

정경화의 베토벤,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바협은 진정 내 취향이다.


할머니께서 사랑한다고 써주셨다.

영광이다.




좋은 연주를 보아서 좋았고,

생각보다 힘이 많이 있으셔서 좋았다.



그렇게 전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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