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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마실

朝聞道夕死可矣 2014. 12. 28. 04:33

모처럼 집밥을 먹고,

술로 마라톤을 한 내장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나서 문득 밖을 보니,

햇살이 또 따뜻한 것 같아.


집을 나섰다.


겨울이라 대책없이 이동거리가 길어지는 것은 부담스럽고하여,

근처 마실 수준으로 생각하는데,


오! 사색적인 내 취향에 맞는

담양 일대의 정자들을 돌아보면 되겠구나!



긋ㅡ (출처 : 구글링)


담양은 정자나 그에 준하는 사색스러운 공간들이 많다.

유명한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 등...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람과 스토리되어 있는 정자들이 많다.

번잡함을 싫어하고 밥묵고 마침 배도 부르니 산책 겸하여 나선다.


갈수록 생각은 줄고, 행동은 빨라져서,, 대범함을 지나쳐 경솔함으로 변질 중인데,

이번에도 그냥 이동하다가 먼저 나오는 정자부터 들이댔다.




송강정


먼저 보였던 것은 송강정이었다.

송강 정철.

미안하게도 난 공부 잘 안하는 사람이라 이름만 알겠고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나,,,

파평윤씨와 관련있는 을사사화로 집안이 망하자 아부지 따라 돌아댕기다가 이 동네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훌륭한 나무들 사이로 비친다.


하늘도 나무도, 좋았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느낌이었다.


이게 송강정.


어? 죽록정이네?


정철이 여기서 '곡' 쓰고 그랬는데,

그러다가 다시 조정 호출받아 가고, 그 이후에 '곡'썼던 송강정은 없어졌고,

그 후에 다시 지었더니 죽록정이라고 불렸다나???


그래서, 현판이 두개다.


정철이 높은 관직에 있다가 당쟁으로 탄핵받아 내려왔다.

그리고 여기다 집짓고 글쓰기 한 것인디,,


그 중 유명한 것이 이 돌 옆에 써져 있는 사미인곡.


배부르고 따신 날 와본 송강정은 그때 내 상태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식영정


가사문학관 근처에 식영정은 있었다.


식영정 설명이 써져 있다.

나는 귀찮아서 잘 안 읽는데, 귀찮아도 할일은 하고 살아야한다.


식영정은,

그림자가 쉬는 집이란 뜻인디,,

멋지지 않냐?


식영정도 위에 있어서 내려다보니,

오! 멋진 나무가 바닥에 있었다.


올라가는데 저렇게 희뿌연 연기와 먼지가 나서 보니,



직원분께서 청소 및 정비 중이었다.

불을 때는 것은 종이와 나무로 구성되어 있는 전통가옥에 습기를 없애주기 위함이지 않을까?


깨끗한 식영정.


이렇게 난해한 중국글자로 현판이 써져 있다.


지금은 저렇게 댐으로 인한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있지만,

옛날에는 없었겠지..


어? 여기도 고등학교 때 배운 문학작품이 있어.

성산별곡이라고 다들 배우지 않앗남??


여기도 나무가 뒷동산에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중에 이런 구라도 있었다.


뒤로 돌아 넘어가니,

이런 때깔 좋은 빨간집이 있어.


이제 막 복원해 올린 것 같은 이 건물은,

성산사다.

절 아니고 사당이다...


발랄한 처마와 파란하늘, 멋지다.


그 앞에는 식영정을 올라가며 잠깐 보았던 부용당이다.

앞에 네모난 연못이 만들어져 있어 더욱 운치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운치있는 공간에서 여유를 느끼고 살았다면,

이런 공간을 실제로 만들고 여유 따위는 못느끼고 살았을 조선 사람도 있었을거다.



나도 조선시대에 살았으면,

여기서 에헤라디야 하고 노는 양반은 아닐테고,

그런 양반이 시키는 일하는 사람이었겠지...


은행나무가 많아서 스멜은 좋지 않았다.


부용당 옆에 이 건물은,


서하당이다.


옆의 부용당처럼 일부러 만든 연못 같은 것은 없지만,

건물을 자세히 보면 공들여 만들었음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전제 하에...


가을이면 화려하기도 하겠으나,

겨울이라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보고 나왔다.


겨울이라도 이렇게 해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멋지다.




환벽당


이런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간다.


오늘 본 3개의 정자는 모두 고도가 높은 곳에 있다.

즉, 올라가야만 했다.


유럽의 역사는 로마의 역사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다.

오늘 보고 있는 정자들도 가사문화를 꽃피운 양반분들의 역사고 문화인데,

이 양반님들은 이렇게 별당도 온돌방으로 높은데서 내려다보게 지어놨는데,

이 양반님들이 굽어보시던 천한 것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환벽당.

파란색이 둘러싸고 있는 집이라는 뜻인디,

우리 조상님들이 블루와 그린의 의미를 뒤섞어서 쓰신 것을 감안했을 때,

여기도 마찬가지로 나무가 울창했을 것이다라고 추측이 된다.



뒤로는 나무가 그득했고,

앞으로는 물줄기가 흘러가며 들이 펼쳐져 있었겠지.


어?

남녀가 구별되어 들어가는 집(=화장실)이 만들어져 있었다.


햇살이 따스한 겨울 하늘은 겨울보다는 가을스러운 느낌으로 멋졌다.


이 녀석은 어디에 두어도 멋지다.




국수집 망해라.


저렇게 밥먹고 소화 및 산책 겸 담양의 정자 3곳을 갔다.

걷고 생각하다보니 소화가 되어서,


담양에서 유명한 국수를 먹으러 관방제림을 갔다.


아... 관방제림....

내겐 사연있는 공간이다.


관방제림.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관방둑숲이다.

즉, 관방천 범람을 막기 위해 둑을 만든게 관방제고, 거기다가 나무심어서 관방제"림"이 되었다.


나무가 앙상한 계절이라도 제법 운치있는 공간이라,

담양에서는 사람 꽤나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동행하신 분이 여기 국수집 가고싶다 하셔서 가봤다.


나도 이름은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내문대로 하면 국수, 먹을 수 있다.


나도 처음이라 써진대로 눈치껏 앉아 있었는데,

이렇게 상(=table)이 깔아진 곳에 앉아야한다.

나는 그걸 몰라서 5분 정도를 그냥 상이 안 깔아진 평상에 앉아있었는데,

돌아다니며 보는 직원분 중 누구 하나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상을 잡고 앉아서 또 꽤나 기다리니 주문을 받았고,

ㅆㅂㅈㄴ 친절하네.

내가 먹는 것에 미련이 없어 그냥 갈까 하다가 먹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다렸더니 이렇게 한 사발 고운 국수가 나왔다.

그런데 분명 직원분은 매우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외국인이냐?

찬게 아니면 뜨거운 거야?

당장 국물을 원샷 때릴 수 있을 만큼의 미지근한 온도던데 뭐가 뜨거워.

장난하나....


이게 가관이었지.

돈주고 비렁뱅이 체험하는 줄 알았다. ㅆㅂㄴㅁ

어디, 머 당신들이 봉사활동하요?

기가 막히더라.

저렇게 놓여진 4종의 반찬 맛도 기가 막혔다.


그래도 내 입맛에 국수는 맛있어서 이렇게 비웠는데,

동행하신 분은 남기셨다.


여기 솔직히 유명한데,

맛은 평균 미만이고,

친절한 순간은 돈 받은 순간 뿐이었다.


진심, 망하면 좋겠다.








이렇게 집에서 뜨듯한 밥먹고 나선 

소화 겸 산책 마실은,


뜻하지 아니한 국수집 쇼크덕에 쌍욕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늘의 교훈,


가사문학이고 머고 다 필요없고,,,

집밥이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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